복식컨텐츠 제작 수업을 듣고 나서


단국대학교 대학원 전통의상학과

차서연


‘컨텐츠는 무엇일까?’라는 의문으로 시작해서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으로 들어가게 된 복식 컨텐츠 제작 수업은 저에게 새로운 도전이었고, 생각의 전환이 되는 의미가 깊은 수업이었습니다. 컴퓨터로 하는 것보다는 손으로 하는 것이 편했고, 모니터로 보는 것 보다는 종이로 보는 것이 익숙했던 저에게 뻔한 이야기 같지만 그동안 제가 얼마나 디지털화 되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 강의 계획서를 받는 순간 ‘온톨로지’며 ‘가상 위키백과’이며 전혀 알 수 없는 단어들을 보며 한 학기 동안 따라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앞서, 수업을 들어갈 때도 적지 않은 부담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한 학기를 마치는 지금 결론은 정말 재미있었고 유익한 수업이었다는 점입니다.

필요한 자료를 찾을 때 직접 가는 건 번거롭고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찾을 수 있으면 다행이다 싶었고, 손쉽게 할 수 있는 편리성에 대해 고맙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을 다른 사람도 검색해서 이용하게 한다는 건 상상도 못했습니다. 또한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을 누군가에게 설명할 때도 구구절절 설명했었고, 하나의 자료를 통해 그와 연관이 되는 부분까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특히 제가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백과사전에 자료를 올리는 일은 저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였고, 그런 걸 일반인도 올릴 수 있는지도 처음 알았던 사실이고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그러나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디지털화 할지에 대해 고민과 걱정이 많았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디지털과는 거리가 멀어서 무엇을 가지고 해야하는 것인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무엇이고, 그 관심대상과 연관되는 것은 어떤 것이며 한 주 한 주 교수님께서 코멘트를 주실 때마다 엉킨 실을 풀 듯이 하나하나 연결고리를 묶어나가다 보니 어느덧 꽤 많은 카테고리가 서로 연관을 가지며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솔직히 제가 한 과제를 보면 신기합니다^^)

조선시대 인물이 가지고 있던 생각을 연구하는 저에게 ‘protege’와 ‘neo4j’는 생각보다 정말 유용한 프로그램이 될 것 같습니다. 석사논문을 쓸 때 인물 사이에 관계를 설명하고, 그 인물들의 저서와 가족관계․교우관계 및 저서와 생애 등을 저는 몇 장에 걸쳐서 일일이 설명하였습니다. 그러나 보니 여럿이서 친구일 때는 내용이 겹치기도 해서 쓰는 사람조차도 다시 읽어 보면서도 복잡하고 헷갈리는 건 사실이었습니다. 쓰면서 복잡해서 손으로 그림을 그려가면서 수정하고 컴퓨터로 옮기기도 했습니다. 특히 가족관계를 설명할 때는 파워포인트로 선을 그어가면서 표현하려다 복잡하게 얽힌 선들을 보고 결국은 혼인관계는 중요한 사람만 했고, 교우관계는 포기하였고, 학파 속에 인물을 설명할 때는 교집합과 합집합의 부호를 인용하는 등 생각의 틀에 갇혀 표현의 한계를 실감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고생 아닌 고생을 해보아서 디지털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저는 박사과정에서도 ‘조선 후기 인물들의 복식관’에 대해서 공부할 예정입니다. 그러다보면 교우관계와 가족관계 속에서 생성된 성향과 학파들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저는 ‘neo4j’에서 관계설정했던 것이 정말 유용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하는 사람과 보는 사람이 간단명료한 것을 저는 구구절절 이해도 안되게 글로 설명하였기 때문입니다. 석사 과정에서는 저의 능력의 한계로 인하여 족보를 손으로 그리고 그 옆에 관직․저서․혼인 관계까지 해야하는데 복잡해서 족보 그리는 것으로만 만족해 하였습니다. 그거 하나 하면서도 복잡하게 연결된 선들을 보면서 저도 헷갈려서 다시 보고 확인을 반복하였습니다. 그 때 제가 ‘protege’와 ‘neo4j’를 알았더라면 이해하기에 훨씬 쉬웠으리라 생각합니다. 다행히 석사과정에서는 많은 인물들을 다루지 않아서 손으로 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박사 과정에서는 걱정이었습니다. 이제는 인물들의 기본 설명을 url로 저장해두고 ‘neo4j’로 개체들 사이의 관계까지도 쉽고 보기 편하게 설정할 수 있게 되어 앞으로 정말 편리하고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가하는 사진은 제가 석사논문 쓸 때 족보를 손으로 그린 것인데 종이가 부족해서 테이프로 붙이기까지 했습니다. 너무 고생해서 버리지도 못했는데, 갑자기 이게 생각나서 보내드려요. 크기를 보이기 위해 옆에 샤프를 놓았어요.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21200c40.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024pixel, 세로 1551pix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