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식콘텐츠 제작’ 수업을 마치며


단국대학교 대학원 전통의상학과

편 나 영


  처음 한국복식콘텐츠 제작이라는 수업을 접하며 막연하게 생각하고 걱정했던 일들은 단순한 컴퓨터에 대한 기술적인 문제였다. ‘일러스트를 할 수 있을까?’ ‘포토샵을 할 수 있을까?’ 등의 다루지도 않을 문제에 대해 미리 겁을 먹고 수업을 접했던 나는 이러한 엉뚱한 걱정으로 인해 ‘과연 내가 수업을 잘 하고 있나?’ 아니면 ‘내가 수업을 맞게는 하고 있나?’ 라는 생각들로 과제를 하나하나 할 때마다 소극적인 자세를 갖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소극적인 자세 덕분에 한 학기동안 수업준비에 있어서 꽤나 고민도 많이 하고 어려워했는데 막상 이 수업이 끝나고 나니 참으로 엉뚱한 것들 때문에 걱정을 하고 어려워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콘텐츠 제작이라는 수업은 나에게는 무척이나 낯설고 어렵다.

 콘텐츠라는 단어와 그 단어에서 느껴지는 힘은 이 수업을 받고 나서도 여전히 어렵고 힘들다. 다만 이 수업으로 인해 나에게 확실한 변화가 생겼다면 한복에 대한 나의 마음가짐이다. 내가 현재 전통복식이라는 학문을 하기에 한복이라고 한정짓는 것이지만 어찌 보면 전체적인 모든 분야에 대한 나의 마음가짐이 바뀐 것일 것이다. 열심히만 하면 되리라는 생각으로 전통복식을 시작한 나로서는 이 수업이 진행되면 될수록 겁이 나고 지금은 처음과는 달리 전통복식이라는 학문에 대해 많이 조심스러워졌다. 이는 아마도 복식에 관한 관계도를 만드는 과정과 관계도의 결과물을 보면서 생긴 나의 마음가짐일 것이다. 

  아이디어 맵을 작성하는 것은 패션수업을 받으면서 늘 해오던 작업으로 그다지 새롭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새롭지 않은 작업 작업들이 서로 연관을 지으며 프로테제라는 프로그램으로 인해 각기 연결되는 모습을 내 눈으로 직접 보는 순간 그 동안 내가 얼마나 ‘하나’라는 것에만 치중을 했는지 알 수가 있었다.

  내가 아는 분야 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분야만 잘하면 된다고 늘 교육받아오던 내가 패션이라는 공부를 새로이 시작하면서 패션은 옷이라는 분야에서만 일어나는 유행의 현상이 아니라 전 분야에 걸쳐 같이 흘러가는 흐름이니 모든 분야에 관심을 갖고 알아야한다고 수업은 받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하나의 컨셉을 찾아서 그 컨셉에 맞는 디자인을 하기에 급급해했고, 하나의 컨셉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했으며, 그럼에도 컨셉이 하나이기에 디자인의 요소가 너무 적다라며 발을 동동 구르던 생각이 난다. 컨셉에 연관된 관계를 맺어보았다면 나의 디자인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을 수도 있을 상황이었는데 말이다. 

  이처럼 관계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과 모든 것들이 관계로 이루어져있다고는 늘 말하고 듣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결과물(프로테제를 통한 관계도)을 본다는 것, 그리고 그 결과물을 이루어내기 위해 자료를 찾아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며 동시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이 수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외에도 구체적으로 나의 생각들이 변하고 느낀 것이 있다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그동안 나에게 하나였던 것이 결코 하나가 아니다 라는 것이다.

전통복식이라는 복식에 대해서 문헌과 자료를 통해 연구만 하면 될 줄 알았다. 당연히 문헌은 글로 쓰여 진 책이고 자료는 옷의 형태를 가진 하나의 자료만을 생각했었더라면 현재는 모든 분야, 모든 자료, 모든 것에서도 내가 찾는 것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이는 연관성을 찾으면서 많이 놀랐던 부분들이다. 즉 내가 중심으로 보는 하나와 다른 것들이 하나에서 많게는 수십 개의 요소들이 얽혀있는 것들만 보아도 하나는 단지 하나가 아닌 것이다.

  두 번째, 인터넷으로 접한 정보가 모두 정확할 수는 없다.

내가 전문적인 혹은 간단한 정보라도 누군가와 공유하기 위해 인터넷 상으로 올려본 적이 없기에 알 수 없었던 사실 중에 하나가 결코 ‘모든 정보가 정확할 수는 없겠다‘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정보공유에 있어서 엄청난 책임감이 따르고 조심스러워진다. 특히 내가 전문적으로 배우는 전통복식에 대해서 어디선가 정보를 보고 어떠한 검증도 없이 누군가에게 알려준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이번 위키피아의 기사를 작성하며 알게 되었다. 즉 기사 작성을 위해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수의 자료 중 잘못된 자료가 꽤나 존재하고 있어 이 정확성을 알기위해 들이는 시간이 얼마나 많이 소요되는지를 알게 되는 동시에 잘못된 자료들이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져서 그것들이 다시 다른 이들에게 전해질지를 생각하면 무척이나 위험하다는 것을 직접 실감한 시간이었다.

  세 번째, 위와 연관된 것으로 온라인상의 세계가 조심스럽고 무섭다.

그동안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온라인 세계로 내가 받아들이기만 하고 또는 그냥 거부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나와는 상관없는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내가 그 세상에서 주동적으로 이끌어가는 주체가 된다면 이는 너무나 달라지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전하는 정보에 수많은 사람들이 예전의 나처럼 틀린 것인지 맞는 것인지를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생각들이 나에게 엄청난 무거운 책임감과 조심스러움을 가지게 한다. 다른 전문인이 틀린 바가 있다면 바로 수정을 하는 형태로 대화는 하겠지만 그 이전에 정보를 받아들인 이들에 대한 잘못된 정보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마지막으로 분류라는 작업을 통해 내 생각과 정보를 정리한다.

‘분류’라는 작업 자체가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인 동시에 그 작업이 끝이 나는 순간 그 뒤부터는 내가 정리한 모든 정보와 생각들이 쉽게 풀려나가는 것들이 이번 수업시간에 확실하게 느낀 사고의 기술 중의 하나였다. 이 마지막의 ‘분류’라는 작업이 나에게는 가장 큰 배움이었다.

  수업에서 했었던 구체적인 작업들을 다시 할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현재 전통복식이라는 학문을 접하는 나에게 학문에 접근하는 사고방법과 그러한 사고방법으로 연구하여 획득한 지식들을 분류하여 체계화하는 방법들을 정확하게 배웠다.


  끝으로 만약 내가 다시 이 수업을 듣게 되는 처음 순간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이 수업을 들어본 내가 말하고 싶다. ‘이 수업은 결코 컴퓨터를 다루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지식을 보다 깊게 생각하고 정리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