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식콘텐츠 제작’ 수업을 마치며
단국대학교 대학원 전통의상학과
김 아 람
‘한복’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자의 바지, 저고리와 여자의 치마, 저고리의 기본구성을 떠올리게 된다. 여자 한복의 예를 들어 이야기를 계속해 보면 한복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치마, 저고리의 형태를 물으면 가슴을 덮는 정도의 길이에 소매가 둥그런 형태의 저고리와 가슴부터 길게 이어지는 치마를 말한다.
나 또한 한복 바느질을 배우기 전까지는 앞서 설명한 짧은 저고리와 긴치마 형태만이 전통한복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복 바느질을 배우면서 전통복식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자 저고리는 600여년의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처음엔 무척 크고 길었던 것이 점차 몸에 딱 맞게 작아지고 길이도 짧아지는 변화가 생긴다. 저고리의 길이 변화에 따라 치마는 허리에 입던 것이 점차 가슴까지 올라오는 변화가 생기게 된 것이다.
이렇게 여자의 치마, 저고리만 보더라도 여러 차례 변화가 있었고 이 외에 조선시대 다양한 복식들은 여자의 치마, 저고리와 마찬가지로 시기별 변화를 거친다. 따라서 조선시대 다양한 복식의 형태와 시기별 변화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양한 형태의 전통복식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방법으로 내가 생각한 방법은 여러 종류의 전통복식 미니어처를 만들어 박물관이나 교육관련 시설 등에 전시를 해서 사람들이 쉽게 다양한 전통복식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미니어처를 생각한 이유는 옷을 실제 크기로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많은 비용이 들고 넓은 공간이 필요한 것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전통복식을 사람들에게 알리려면 내게 바느질만큼 좀 더 체계적인 복식관련 이론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다. 그리고 문자로만 기록되어 있는 복온공주의 친영반차도를 2D의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고 참여한 인물들의 복식 또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 복식의 이미지를 제시하는 논문을 쓰게 되었다. 논문을 쓰면서 꼭 복식을 천을 가지고 제작해서 보여주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면서 복식에 대해 그림과 설명으로 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것을 인터넷을 통해서 보여 줄 수 있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논문을 쓰면서도 내가 정리하고 제시한 복온공주 친영반차도 참여자들의 복식에 관한 내용을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해결하지 못했다. 또한 반차도를 그리면서 느낀 것은 행렬에 참여하는 인물들은 복식만을 착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손에 무언가를 들고 가거나 행렬에서 맡은 임무가 있는데 이러한 것에 대한 관련 자료를 찾는데 한계에 부딪힐 때가 많았다. 반차도의 회화적 특징에 대한 논문을 보고 반차도 참여 인물의 직책, 의물 등 반차도 관련 연구들을 찾으면서 나도 이렇게 내가 공부하는 분야가 아닌 내용을 찾고 이해하기 힘들지만 반대로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이 반차도 관련 복식에 대한 자료를 찾고 이해하려면 어려움이 많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만약 반차도를 재현하는 행사가 있게 된다면 그것을 준비하는 사람은 각 분야의 반차도 관련 연구를 찾아 공부하고 퍼즐 맞추기처럼 맞춰서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전문가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우리의 전통문화를 궁금해 해서 접근할 때는 더 어려운 부분이 많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따라서 논문을 쓰면서 반차도에 등장하는 각 인물별로 인물의 직책과 맡은 일, 들고 가는 것이 무엇인지, 옷은 어떤 옷을 입었는지에 대해 종합 설명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논문에서는 나의 역량 부족으로 전체 분야를 다 정리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고 이러한 내용을 어떻게 제시할지에 대해 해결하지 못해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했었다. 박사과정 진학 후에도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복식 관련 자료를 인터넷에서 쉽고 정확하게 접근하고 다른 관련분야와 연계하여 복식을 볼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고민은 있었지만 뜬구름 잡는 식의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한국복식콘텐츠 제작 수업을 들으면서, 내가 고민하던 문제에 대한 접근 방법을 너무 몰랐고 콘텐츠에 대한 개념이 잘못되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꼭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을 통한 창작이 아니더라도 실제 제작한 복식의 상세한 이미지와 설명, 회화 자료 등을 이해하기 쉽고 체계적으로 정리해 사람들이 좀 더 복식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하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고 이런 자료들을 인터넷 상에서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또한 protege의 온톨로지 설계와 Neo4j로 관계설정을 하면서 복식과 다른 분야의 연관 관계를 좀 더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시각적으로 보여 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자료를 토대로 다른 분야와 체계적인 업무분담을 해서 복식과 관련 분야들이 좀 더 유기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늘날 미디어의 발달로 이제는 박물관에 직접 가지 않더라도 박물관 유물을 관람할 수 있고 도서관에 가지 않더라도 책의 내용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시대에 발맞추어 복식관련 자료도 미디어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되고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이번 수업이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에서 막혀있던 나의 생각들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