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국립한글박물관에 적용할 디지털 아카이브의 개념



   ‘디지털 아카이브(Digital Archive)’는 정의조차 확정되지 않은 개념이다. 일각에서는 음원, 영상 등 디지털 신호로 만들어진 데이터를 보존하는 것을 Digital Archiving이라고 이름하기도 하고,1) 또 다른 영역에서는 Archives(Institutional Repository) 기능을 수행하는 곳에서 Digital Content를 제공하는 경우, 이를 Digital Archives라고 부르기도 한다.2) 한편, 여러 곳의 독립된 기관들이 메타 데이터 공유의 방법으로 각자의 디지털 콘텐트를 개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려는 시도를 ‘Open Archives’라는 용어로 설명하는데,3) 여기서 추구하는 ‘Open Archives of Digital Content’를 Digital Archives의 함의로 이해할 수 있다.


1. 디지털 도서관(Digital Library), 디지털 박물관(Digital Museum), 디지털 아카이브(Digital Archives)


   ‘디지털 아카이브’의 의미를 찾는 데 있어 우리가 먼저 넘어서야 할 것은 그것을 전통적인 Archives 개념의 연장으로만 보려는 시각이다.

   전통적으로 도서관4), 박물관5), 기록관6)각기 차별화된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인식되어 왔다. 예를 들어, 도서관은 주로 출판물을 소장하며, 박물관은 역사성이 있는 유물을, 기록관은 사건의 증거가 되는 기록물의 원본을 보존한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형태 또한 도서관은 대출, 박물관은 전시, 기록관은 열람의 방법을 위주로 하였다. 그러나 현대의 도서관, 박물관, 기록관은 그 기능이 확대되면서 상호간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져 가고 있으며, 그 융합적인 기능을 지칭하는 새로운 용어7)까지 등장하였다. 그 기능을 디지털 세계로 옮겨 놓은 곳에서는 융합의 성격이 더욱 두드러진다.


   어떤 주제의 디지털 정보 시스템 상에서, 그 원시 콘텐츠가 도서관의 장서일 경우에는 Digital Library, 박물관의 소장품일 경우 Digital Museum, 기록관의 자료일 경우 Digital Archives라고 구분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그다지 의미 있는 구분법이 아니다. 현실 세계의 사물과 달리 디지털 콘텐츠는 어느 한 공간에 귀속될 필요가 없다. 의미적으로 관련이 있다면 그 소스가 유물이냐, 책이냐, 기록물 원본이냐에 구애됨이 없이 하나의 스토리를 갖는 지식 정보로 연결 지을 수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이 추구하는 디지털 아카이브는 전통적인 기록관 개념의 연장선상에 있다기보다, 디지털 도서관, 디지털 박물관과 통용되는 융합적인 개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2. 국립한글박물관 ‘디지털 아카이브’ 구현 과제


   디지털 아카이브에 관한 다양한 이해를 종합해 보면 그것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여진다.


 ① 디지털 형태의 1차 자료를 보존하는 것 - 현재까지는 디지털 영상, 음원을 대상으로 하는 가장 좁은 의미의 디지털 아카이브. 하지만 향후에는 디지털 형태의 유물(Digital Heritage)도 박물관의 중요한 수장품이 되리라는 전망에서 이 기능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② 1차 자료에 관한 정보를 디지털 형태로 정리, 축적한 데이터베이스 - 디지털 아카이브(디지털 도서관, 디지털 박물관 등)를 표방하는 국내의 공공 분야 정보 시스템은 이러한 성격으로 파악할 수 있다. 아카이브 기능을 갖고 있는 공공기관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기능의 하나.


 ③ 온라인 네트워크를 이용한 가상의 아카이브 - 디지털 자원을 개방적으로 교환, 재이용함으써, 이용자의 관점에서는 그 모든 대상이 하나의 아카이브에 수장되어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Open Archives’.


   국립한글박물관이 ‘디지털’과 결부된 영역에서 앞으로 수행해야 할 역할은 이 세 가지 기능과 모두 관련이 있다. 그것은 또한 넓은 의미의 ‘디지털 아카이브’에 포함시킬 수 있는 기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기능을 실제로 구현하는 과업을 전문성 있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 전체를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이라는 하나의 수행 과제로 묶기보다는 영역별로 나누어서 각각의 환경과 현안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올바른 추진 전략일 것이다.


   예컨대, 디지털 아카이브의 첫 번째 함의인 ‘디지털 유물의 관리’는 당장 그 일을 처리할 시스템을 설계하고 개발하는 것보다는, 국내외적으로 ‘디지털 문화유산’에 대해서 어떠한 합의된 정의가 있는지, ‘한글 문화유산’의 범주에 드는 디지털 유산은 과연 무엇인지, 그것의 보존과 전시는 무엇을 목표로 하며, 그 목표는 어떠한 환경에서 구현할 수 있는 것인지를 심도 있게 탐구하는 조사·연구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두 번째 함의인 ‘소장 유물의 데이터베이스화와 온라인 서비스’는 위의 경우와는 반대로, 이미 국립한글박물관이 개관 준비 과정부터 수집 유물의 정보화를 위해 특정 시스템8)을 운영하고 있고,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에 속한 정부 기관으로서 다른 유사 기관과의 데이터 통합 및 상호운영성 확보를 위해 이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는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모색하기보다는 기존의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찾는 데 논의의 초점이 모아져야 할 것이다.


   세 번째 함의인 ‘온라인 네트워크를 이용한 가상의 아카이브’는 국립한글박물관이 개관과 더불어 빠른 시일 내에 구현해야 할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에 관한 구체적인 실천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부분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디지털 아카이브’의 세 가지 함의 가운데, 세 번째 것인 ‘온라인 네트워크를 이용한 가상의 아카이브’ 구현 전략을 중점적으로 강구하고자 하며, 첫 번째, 두 번째 함의와 관련된 기능은 시스템 운영 방안 제시 및 연구 사업의 필요성 제시 수준에서 제한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디지털 아카이브의 세 가지 함의 측면에서 국립한글박물관이 담당해야 할 기능과 그 대응 방안, 그리고 이에 관한 본 연구에서 다룰 내용을 아래의 표로 정리하였다.



디지털 아카이브의

 함의

국립한글박물관의

관련 기능

대응 방안

본 연구에서

다룰 내용

① 디지털 형태의

1차 자료를 보존하는 것

한글과 관련이 있는

Digital Heritage의 수집, 관리에 따른 정보화

디지털 형태의 1차 자료(디지털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폰트, 데이터베이스, 그래픽 디자인 파일 등)의 보존 및 전시 서비스

- 디지털 한글 문화유산에 관한 전문적인 조사 연구를 시행하고 그 성과에 따라 추진 방안 구상

제Ⅶ장에서 연구사업 과제화 방안 제시

② 1차 자료에 관한 정보를 디지털 형태로 정리, 축적한 데이터베이스

소장 유물에 관한 정보를 기록, 축적하는 데이터베이스의 운영 및 소장 유물에 관한 정보와 실물의 모양, 내용을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 기능

- 표준 유물 관리 시스템 운영

제Ⅲ장에서 현재 운영 중인 표준 유물 관리 시스템 검토

제Ⅶ장에서 지식 정보 시스템과의 연계 방안 제시

③ 온라인 네트워크를 이용한 가상의 아카이브

‘한글 문화유산’에 관한 지식 수요(범국가적, 세계적)에 응대하는 지식 정보 서비스

※ 한글 문화유산에 관한 대표 기관에 기대하는 역할

- 한글 문화유산 지식 정보 네트워크 설계, 구현, 운영

본 연구의 중점 탐구 과제


1) 국내에서 ‘디지털 아카이브’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 TV 방송사들을 중심으로 ‘영상물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서부터라고 보여진다. (1999년 문화관광부의 ‘디지털 아카이브 시스템 구축 사업’[디지털 방송 시대에 대비하여 각 방송사의 영상물을 디지털 신호로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사업] 등) 이 때, 디지털 신호로 이루어진 방송 영상 데이터와 그에 관한 메타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이터베이스를 ‘디지털 아카이브’라고 지칭하였는데, 이는 아카이빙 대상 자원이 디지털 형태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최근에도, 아날로그 매체(필름, 테이프, 음반)에 담겨 있던 영상물 또는 음원도 보존과 활용을 위해 그것을 디지털 신호로 전환하고 데이터베이스에 수록하는 경우, 이를 ‘디지털 아카이브’로 지칭하는 사례를 볼 수 있다. (2013년 11월 대한민국 국방부에서 구축·발표한 「6·25전쟁 영상 디지털 아카이브」 등)

2) 디지털 도서관, 디지털 박물관, 디지털 기록관 등을 표방하는 국내의 공공 분야 정보 시스템의 입장에서 ‘디지털 아카이브’의 개념을 정의한다면 그것은, ‘1차 자료에 관한 정보를 디지털 형태로 정리, 축적한 데이터베이스(database)’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자정부 구현의 정책적 추동에 힘입어 상당수의 공공 기관이 기관 고유 업무의 전자정보화를 이루어냈고, 또 그곳에서 축적된 콘텐츠를 대국민 서비스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도서관, 박물관, 기록관 등 아카이브 기능을 갖고 있는 공공기관의 경우, 소장하고 있는 자료에 관한 정보를 수록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그 콘텐츠를 온라인 네트워크 상에서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그 기관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기능의 하나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는 원시 자료 또는 기관의 성격에 따라 디지털 도서관, 디지털 박물관, 디지털 기록관 등으로 구분하여 이름 짓기도 하나 ‘아카이빙 자료’의 디지털 서비스라는 점에서 모두 유사한 성격의 ‘디지털 아카이브’라고 볼 수 있다.

3) 실물 자원은 소장처라는 공간 안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데 반해, 디지털 자원은 온라인 네트워크 상에서 누구나 그것에 접근하고, 다양한 형태로 재활용(reuse)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디지털 아카이브’는 단순히 디지털 복제물의 생산과 서비스 차원을 넘어서서 그것의 광범위한 공유와 재활용의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는데, 이것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개념의 디지털 아카이브 네트워크를 ‘Open Archives’라고 한다. OAI(Open Archives Intitive)는 Library & Information Science 분야의 전문가 그룹으로서 Open Archives를 위한 기본적인 기술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OAI 지원 기구: Andrew W. Mellon Foundation, Coalition for Networked Information, the Digital Library Federation, National Science Foundation)

4) 도서관(Library): 도서관은 체계화된 정보 자료를 고객이 열람하거나 대출할 수 있는 곳이다. 이용자들이 직접적으로 자료를 열람(physical access)하거나 디지털화된 자료를 열람(digital access)할 수 있고, 열람 장소는 빌딩 또는 방(room), 또는 가상공간(virtual space), 또는 두 장소 모두가 될 수 있다. 도서관에 축적된 자료로는 도서, 정기간행물, 신문, 수고본, 영화, 지도, 유인물, 문서, 마이크로폼, CD, 카세트테이프, 비디오테이프, DVD, 블루레이 디스크, 전자책, 오디오북, 데이터베이스, 그리고 기타 자료들이 포함된다. A library is an organized collection of information resources made accessible to a defined community for reference or borrowing. It provides physical or digital access to material, and may be a physical building or room, or a virtual space, or both. A library's collection can include books, periodicals, newspapers, manuscripts, films, maps, prints, documents, microform, CDs, cassettes, videotapes, DVDs, Blu-ray Discs, e-books, audiobooks, databases, and other formats.  (Library, Wikipedia. http://en.wikipedia.org/wiki/Library )

5) 박물관(Museum): 인류와 그들의 환경이 남긴 유무형의 유산을 교육, 연구, 오락의 목적으로 획득, 보존, 연구, 소통, 전시하는 곳. 사회 봉사 및 발전을 위해 비영리적, 영속적, 개방적으로 존재. A museum is a non-profit, permanent institution in the service of society and its development, open to the public, which acquires, conserves, researches, communicates and exhibits the tangible and intangible heritage of humanity and its environment for the purposes of education, study and enjoyment.  (Museum Definition, The World Museum Community. http://icom.museum/the-vision/museum-definition/ )

6) 기록관(Archives): 편지, 보고서, 메모(notes), 사진, 또는 그 밖의 원시 자료로부터 일차적인 사실(facts), 데이터, 증거 등을 얻을 수 있는 장소. An archives is a place where people can go to gather firsthand facts, data, and evidence from letters, reports, notes, memos, photographs, and other primary sources. (What’s an Archives, The U.S.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  http://www.archives.gov/about/info/whats-an-archives.html)

7) Larchiveum: Library, Archive, Museum의 합성어. 2008년 미국 텍사스 대학의 Megan Winget 교수가 복합 수집기관(multidisciplinary collecting institution)의 새로운 모델로 제안. 우리나라에서는 경상북도 문화콘텐츠 진흥원이 2013년 12월 「라키비움(Larchiveum)」이라고 명명한 복합문화공간을 개관하였으며, 안동시에서 건립 중인 ‘세계유교문화박물관’도 라키비움(Larchiveum) 모델을 표방하고 있다.

8)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발 보급하고 있는 ‘표준 유물 관리 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