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디지털 인문학


김  현1


1. 디지털 인문학이란


  디지털 인문학은 정보기술(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방식으로 수행하는 인문학 연구와 교육, 그리고 이와 관계된 창조적인 저작 활동을 말한다. 전통적인 인문학의 주제를 계승하면서 연구 방법 면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연구, 그리고 예전에는 가능하지 않았지만 컴퓨터를 사용함으로써 시도할 수 있게 된 새로운 성격의 인문학 연구를 포함한다. 단순히 인문학의 연구 대상이 되는 자료를 디지털화 하거나, 연구 결과물을 디지털 형태로 간행하는 것보다는 정보 기술의 환경에서 보다 창조적인 인문학 활동을 전개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디지털 매체를 통해 소통시킴으로써 보다 혁신적으로 인문 지식의 재생산을 촉진하는 노력이다. (김현 2013) 연구의 방법의 혁신뿐 아니라, 연구 성과의 사회적 소통을 촉진하여 인문학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인문학은 세계 각국의 인문학계에서 인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바로 2014)

  해외의 상황(미국, 유럽 제국, 일본, 호주, 대만 등)에 비교하면 아직까지는 미진하다고 하겠지만, 한국의 인문학계에서도 '디지털 인문학'이 학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의 디지털 인문학은 무엇을 향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인지 고민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디지털 인문학을 논할 때,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은, '디지털 인문학'(Digital Humanities)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고, 또 성격 면에서도 어느 정도 차이가 있지만 오늘날 이야기되는 디지털 인문학과 결코 무관하지 않은 디지털 기반의 연구․교육․활용 환경 구축 노력이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한국에서 꾸준히 추구되어 왔다는 것이다.

  이 글은 한국의 디지털 인문학이 어떠한 환경적 특성을 안고 태동하게 되었는지, 그 영향으로 그것은 오늘날 어떠한 방향성을 안고 전개되고 있는지 돌아보고, 그러한 특수성에 수반하는 잠재력과 가능성, 그리고 극복해야 할 문제점을 짚어 봄으로써 한국 디지털 인문학의 전도를 가늠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2. 한국 디지털 인문학의 개척자


  디지털 인문학은 '철학', '역사' '문학'과 같이 하나의 분과 학문으로 분류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인문학의 모든 영역에서 시도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방법이자 '연구하는 자세'이다. 그 새로운 연구 방식의 구체적인 성격과 지향하는 방향은 연구자에 따라, 좀 더 넓게 보면 그 연구자들이 활동하는 사회의 관심사와 트렌드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오늘날 한국에서 '디지털 인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학술 활동의 성격과 방향을 진단하기에 앞서, 한국에서 현재의 '디지털 인문학'이 있기까지 어떠한 선행 단계가 있었는지 살펴보겠다.


2-1.  에드워드 와그너와 문과(文科) 프로젝트


  미국 하버드 대학의 동아시아 언어 문명학과 교수를 역임한 에드워드 와그너(Edward Wagner)는2 서방 세계에서의 한국 역사 연구를 선도하였던 역사학자로 잘 알려져 있다. 동시에 그는 한국학 분야 최초의 디지털 인문학 연구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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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도 1] 에드워드 와그너 (1924-2001)


- 와그너의 문과방목(文科榜目) 프로젝트 (Munkwa Project)


  '문과(文科)'는 조선시대에 문반 관료를 선발하던 시험이다. 와그너 교수는 1967년에 하버드 대학교 옌칭 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그의 한국인 동료 송준호 교수와 함께 문과 합격자 명부인 '문과방목(文科榜目)' 데이터를 디지털 데이터베이스로 편찬하는 프로젝트(Munkwa Project)에 착수하였다. 와그너와 송준호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14,600 명의 문과 합격자와 그의 가까운 친족(부, 조, 외조, 장인)에 관한 데이터(본관성씨, 관직, 거주지 등)를 컴퓨터에 입력하고 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였다. (Kim, Sun Joo 2008) 이 연구의 최종 결과물은 2001년  『Wagner & 宋 CD-ROM 補註 朝鮮文科榜目』(서울:동방미디어)으로 간행되었다.

  여러 가지 기술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방식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와그너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역사 연구를 위해 컴퓨터를 사용하는 데에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컴퓨터는 이미 인류의 삶의 일부가 되었고 앞으로 더욱 그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컴퓨터를 이용한 연구에 종사하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미래에 더욱 다가갈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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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도 2] 임자년 별시 문과방목(1672년, 목판 인쇄물)

하버드 옌칭 도서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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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도 3] 와그너-송 문과 프로젝트 원시 데이터.

한자 대용으로 중국의 전신 부호계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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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도 4 ] 와그너-송 문과 프로젝트 데이터.

(한자 변환 후의 출력 데이터)



2-2. 이웅근과 조선왕조실록 CD-ROM


  한국의 인문학자들로 하여금 와그너가 말한 '컴퓨터의 도움을 받는 연구'(computer-assisted research)에 다가가게 한 사건은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의 전문을 데이터베이스에 수록한 『조선왕조실록 CD-ROM』편찬이었다. 1992년에 착수하여 1995년 10월에 첫 판을 간행한 이 디지털 저작물의 편찬의 주역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출신의 기업인 이웅근이3 이끄는 벤처 기업 서울시스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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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도 5] 이웅근(李雄根) 회장과 조선왕조실록 CD-ROM


- 국역 조선왕조실록 CD롬 간행(1995. 10.)


 

「국역 조선왕조실록」 CD롬 나왔다

320쪽짜리 413권 방대한 분량 수록 / 정치 경제 외에 일반민중 생활사까지 망라

 사학자­컴퓨터전문가 등 400여명 제작 참여

 연대 목차 등 다양한 색인 / 편리한 검색 최대 장점

 

  조선왕조 5백년의 장구한 역사가 CD롬 3장에 담겨졌다.

  조선왕조실록은 태조 이성계로부터 철종에 이르기까지 25대 4백72년의 역사를 기록한 왕조의 공식 역사서.   조선왕조의 정치 경제는 물론 인물 자연 학술, 나아가 일반 민중의 생활사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어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역사 기록물이다. 또 양에 있어서도 한문 원본은 총 1천8백93권 8백88책에 달하며 신4․6배판 크기의 국역본도 총 4백13권(권당 3백20~3백40페이지)에 이른다. 그러나 그동안 일반인들은 실록의 한문원본은 물론 지난 93년 말 학자 3천여 명이 동원돼 번역을 끝낸 국역본에도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사람이 하루에 1백 페이지씩 읽는다 해도 4년3개월이 걸리는 방대한 분량인데다 설령 다 읽었다 하더라도 전체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던 것. .....

  CD롬 국역 조선왕조실록은 다양한 색인에 의해 이용자가 편리하게 내용을 검색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우선 조선왕조실록이 편년체 서술형식인 점을 감안, 연대목차에 의한 색인기능을 갖고 있다. 윈도에서 간단한 마우스 조작으로 찾고자 하는 특정일자의 기사를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또한 강력한 단어검색기능을 갖고 있어 인명 지명 관직명 제도명 등 임의의 단어에 의한 검색이 가능하다. (정용관 기자, 『동아일보』 1995. 10. 2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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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도 6] 「국역 조선왕조실록」 CD롬 간행 보도 기사

( 『동아일보』 1995. 10. 27. 15면)


- 조선왕조실록 CD-ROM 편찬의 의의


  이웅근이 이끈 서울시스템의 조선왕조실록 CD-ROM 간행은 한국에서 인문 분야 학술 자원의 디지털화 선도 모델로 평가받는다.


󰡒조선왕조실록 시디롬은 대한민국 인문학 정보화의 효시이자 가장 커다란 파급효과를 가져다 준 획기적인 사업이었다. 현재의 디지털인문학은 이 국역 조선왕조실록 시디롬의 제작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희수 2011)


󰡒조선왕조실록의 디지털화는 조선시대에 역사에 대한 지식을 소수의 전공자뿐 아니라, 가깝게는 인접 학문의 종사자에서부터 더 넓게는 작가, 언론인, 일반인까지 우리의 역사에 대한 지식 수요자들에게 폭넓게 제공하는 데 기여하였다. 「디지털 조선왕조실록」의 최대 수혜자는 교양서적 저술가와 TV 방송 프로그램 제작자, 연극 극작가 등이었다. '학술'과 '창작' 사이에 놓였던 '지식 소통의 장벽'이 해소된 것이다. 이것을 통해 문화 콘텐츠 산업 종사자들이 학자들을 통한 '인적 매개' 없이 창작의 소재에 바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풍부한 소재를 자유롭고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게 되었다.󰡓 (김현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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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도 7] 『조선왕조실록』 중종실록에 실린 의녀 대장금 기사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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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도 8] TV 드라마 「대장금」(MBC, 2003. 9. ~ 2004. 3.)의 장면


2.3. 남궁석과 정부 주도의 디지털 콘텐츠 확충 사업


  1990년대 말부터 한국 정부는 막대한 공적 자금을 국사편찬위원회, 고전번역원, 한국학중앙연구원, 서울대학교 규장각 등의 학술 연구 기관에 지원하였고, 이를 통해  『승정원일기』 등의 역사 기록, 조선시대 문인들의 문집, 왕실과 문중에서 소장한 고문서 등 방대한 규모의 문헌 자료가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되었다. 이는 한국의 인문학자들로 하여금 디지털 정보 시스템의 활용을 필수적인 연구 방법으로 인식하게 하는 계기기 되었다. 이와 같은 정부 주도의 디지털 콘텐츠 확충 사업은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 경영인이었던 남궁석(南宮晳, 1938 ~ )이5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재직할 때(1998~2000) 처음으로 시작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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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도 9] 남궁석(南宮晳, 1938 ~ )


- 정부 주도의 디지털 콘텐츠 확충 사업


  1997년에 한국 사회가 겪은 국가적 금융 위기(일명 󰡒IMF 사태󰡓)는 정부 주도의 대규모 디지털 콘텐츠 확충 사업을 일으킨 배경이 되었다. 이 시기에 한국의 외환 보유고가 급격히 떨어져 한국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으로부터 거액의 현금을 차입하였다. 금리가 급등하고 기업들이 도산하자 한국 정부는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 여러 가지 정부 주도 사업을 추진하였는데, 정보통신부는 그 일환으로 󰡒공공정보화근로사업󰡓(IT New Deal Project, 1998-1999)이라고 불리는 정보 콘텐트 개발 사업을 시행하였다.

  이 사업을 통해 한국의 공공기관들은 대규모 정보 콘텐트 개발 계획을 세우고 고학력 실업자들을 임시직으로 채용하여 데이터 입력 업무를 수행하였다. 1998년부터 2년간 2천9백70억 원을 투여한 이 사업은 7만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186 개의 대규모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였다.

  정보 통신부는 공공정보화근로사업의 성과가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판단하고 2000년부터 이 사업을 󰡒지식 정보자원 관리 사업󰡓(Knowledge and Information Resources Management Project)이라는 이름의 후속 사업으로 개편하여 2002년까지 1천50억 원의 정보 콘텐트 개발 자금을 추가로 투입하였고, 이와 함께, 문화관광부, 교육인적자원부, 과학기술부 등 다른 정부 부처에서도 정보 콘텐트 개발 사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함으로써 한국의 디지털 학술 문화 정보 콘텐트의 규모는 짧은 기간 동안에 비약적으로 증대될 수 있었다. (김현 2004)


- 지식 정보 자원 관리 사업


  대한민국 정부 산하의 공공 기관들이 생산 또는 보유하고 있는 자료의 디지털화 사업으로, 공공기관 보유 기록물의 상당량이 이 사업을 통해 디지털화되었으며, 인터넷 상의 교육, 학술, 문화 분야의 유통 자료량을 증대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표 1] 지식 정보 자원 관리 사업 투입 예산(2000˜2008)6

연도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사업비

(억원)

342

328

275

470

470

664

430

270

165


[표 2] 지식 정보 자원 관리 사업에 참여한 기관의 수7

분야

과학기술

교육학술

문 화

역사

정보통신

기타

합 계

기관 수

271

483

123

17

41

316

1,251


[표 3] 지식 정보 자원 데이터베이스 구축 자료량(2008. 12.)8

분 야

주요내용

DB 구축료량

(건)

과학기술

- 국가연구개발보고서
- 국내 과학기술 인용 색인(KSCI)
- 신약개발·인체영상 등 첨단 과학 DB
- 산업기술 전문 정보 등
- 해양수산 관련 연구 현황 및 최신 기술 정보
- 해양수산 학술 연구 자료 등

81,511,153

교육학술

- 학술지 목록 및 원문 자료
- 국내 학위논문 및 해외 취득 학위논문
- 정치·경제·사회 통계 자료
- 국방 학술 정보

10,170,161

문 화

- 국보, 보물 등 문화재 정보
- 전국 박물관 정보
- 공연 기록물, 공연 대본, 악보 등 공연예술 정보
- 미술 작품 및 작가 정보 등

5,682,945

역 사

- 승정원일기, 일성록, 한국사료총서 등 고도서
- 고전국역총서 및 한국문집총간
- 궁중문화 역사 자료, 항일운동 관련 자료 등

29,529,904

기타

- 정보통신 관련 산업 통계 및 정책동향
- 건설교통기술 관련 연구보고서, 기술정보
- 산업경제 동향, 정부정책 등 연구보고서
- 종합 법령 정보, 법령 해석, 행정심판 정보 등

6,780,487

총 계

133,674,650



3. 문화콘텐츠학  한국적 디지털 인문학의 모태


  정부 주도의 디지털 콘텐츠 확충 사업에 의해 한국의 인문학계는 방대한 규모의 디지털 학술 데이터를 보유하게 되었지만, 이것이 곧 '디지털 인문학'적 연구 방법을 학계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대신 한국의 대학 교육 종사자들 사이에서 '문화콘텐츠학'이라고 하는 새로운 형태의 응용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태동하였으며, 이것이 디지털 시대의 인문학 생존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다.


3.1. 문화콘텐츠학의 대두


- 디지털 문화콘텐츠


콘텐츠는 디지털 미디어 상에서 소통되는 내용물을 지칭하는 말이며,  '문화콘텐츠'(Culture Content)란 시스템 또는 미디어에 문화적 내용물을 담음으로써 만들어진 문화 상품을 의미한다. 한국 사회에서 문화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것은 종래 오프라인(Off-line) 또는 아나로그 기반의 온에어(On-Air) 미디어에 의존했던 일반인들의 문화 생활이 디지털 미디어 상에서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기대되었기 때문이다.


문화산업의 디지털화 가속 및 미디어 융합 등에 따라 콘텐츠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시장의 유연성에 대응한 정책지원시스템 재편 필요 ..... 현재 디지털콘텐츠 중 출판,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음반 등 문화콘텐츠가 70%이상을 차지.  문화콘텐츠의 디지털화 과정에서 IT(Information Technology)는 CT(Culture Technology: 문화콘텐츠를 디지털화하는 기술)로 변용(Transform) 되고, CT는  디지털 문화콘텐츠의 주요 발전 요인으로 등장. (문화관광부 2001)


문화관광부가 중심이 되어 콘텐츠산업에 국운을 걸고 관련 시책을 추진  (김대중 대통령, 2001.2.14 문화관광부 연두보고시 대통령 지시)

한정된 인적자원과 재원을 감안할 때 우리 민족의 문화적 창의력 등 지적 기반이 우수한 것이 경쟁의 핵심이므로, 문화관광부장관은 전략적으로 특히 중요한 CT와 콘텐츠산업 발전에 전력을 다해 이 분야의 경쟁력을 높일 것  (김대중 대통령, 2001.6.22 교육인적자원분야 장관 간담회시 대통령 담화)


- 한류(韓流, Korean Wave)


  동아시아 한자 문화권 사회(대만, 중국, 일본)에서 명명된 한류(韓流)의 원래 의미는 '한국에서 전파된 대중문화의 유파'를 뜻하는 것이었다. 2000년 이후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지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한류(韓流)라는 말은 '한국 문화의 해외 진출' 또는 '한국 문화에 대한 열기'를 의미하는 말로 확대 해석되었다. 디지털 미디어의 영향력 증대에 대한 인식과 함께 해외에서 일기 시작한 한류(韓流, Korean Wave)는 '문화'의 산업적 활용을 촉진하는, 이른바 '문화콘텐츠 산업'의 육성․지원 시책에 더 큰 추동력을 부여하였다.


 

각 민족의 문화원형적 소재가 현대 문화콘텐츠 사업으로 다각도로 활용되는 상황에서 문화원형 콘텐츠 사업은 언젠가 우리에게 어마어마한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줄 수 있는 보물 같은 재산이 될 것이다.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 '민족문화가 콘텐츠 산업의 샘이다', 국정홍보처, 「국정 브리핑」 2006. 11. 22.)

 



- 대학의 문화콘텐츠 관련 학과 설립

  

  문화콘텐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정부 주도의 문화콘텐츠 육성?지원  사업이 점차 확대되어 가자, 주변적 위치에 머물러 있던 한국의 인문학 연구자들도  문화콘텐츠 생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인문학연구자들이 문화콘텐츠 산업에 관심을 갖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대학의 인문계 학과 학생들이 급속히 줄어들게 된 상황이다. 대학의 인문계 학과 교수들은 '인문학의 위기'를 타개하는 방법의 하나로 문화콘텐츠를 위한 인문학의 응용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여러 대학에서 인문학과 문화콘텐츠를 연결하는 전공 과정이 개설되었다.9


- 인문콘텐츠학회 창립(2002. 10. 25.)

  

문화콘텐츠의 소재 개발을 위해서 '인간과 문화'를 탐구하는 인문학적 연구가 활용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인문학자들 사이에서 일어났고,  그러한 사고에 동조하는 대학 교수, 연구자들이 '인문학과 디지털 콘텐츠의 협력 공간 구성'을 목적으로 하는 학회를 설립하였다.


 

인문콘텐츠학회 창립 발기문

....

디지털 내용물은 사실상 우리 사회 전분야의 다양한 측면을 전부 포괄하는 것이며 그러한 내용물 창출의 주된 원천이 되는 것은 인문학적 사고와 축적물이다  따라서 디지털 내용물과 인문학의 구체적인 결합을 새롭게 '인문콘텐츠'라고 이름붙이고자 한다. 인문콘텐츠라는 과제는 전통적인 인문학에 대한 실험이자 새로운 기회이다. 그러나 올바른 인문콘텐츠의 창출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디지털기술을 포함하여 다양한 영역과 연결된 관계망의 산물이어서, 한 개인이 독립적으로 완결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인문콘텐츠라는 과제를 담당할 새로운 학회를 창립하는 이유이다. (인문콘텐츠학회 2003)

 

 


3.2. 디지털 인문학과 문화콘텐츠


-  2030 인문사회 학술진흥 장기 비전(2010)


  2010년 당시의 교육과학기술부는 '인문사회 학술진흥 장기 비전 수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위원회로 하여금 인문사회 분야 학술진흥 사업의 중장기 마스터 플랜을 마련하도록 하였다. 이 위원회 운영의 결과는 『2030 인문사회 학술진흥 장기 비전(2010)』으로 발표되었다. 이 문건에서 위원회는 중장기 6대 과제 중 하나로 '디지털 연구 기반 구축을 위한 디지털 휴머니티즈' 사업을 제안하였다.

  이 사업 계획은 '디지털 휴머니티즈'라는 이름의 중점 과제 밑에 ① 디지털 인문학 연구 기반 구축, ② 디지털 가상 라이브러리 사업, ③ 디지털 아카데미 구축 사업 등 3 개의 세부 과제를 두고, 디지털 인문학 진흥을 위한 연구 지원, 인프라 구축, 인력 양성 등의 사업을 향후 5년간, 연간 예산 600억 원 규모로 수행할 것을 제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문사회 학술진흥 장기 비전 추진위원회 2010)

  2030 인문사회 학술진흥 장기 비전 안에 '디지털 휴머니티즈' 사업이 포함된 것은 명백히 미국  문학기금(NEH, National Endowment for Humanities)이 2008년 디지털 인문학단(ODH, Office of Digital Humanities)을 설립하고 디지털 인문학 진흥을 위한 다단계의 연구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사실을 벤치마킹한 결과이다.10 하지만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사실은 이 사업 구상이  '문화콘텐츠'라는 한국 사회의 또다른 관심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계획서에서는 디지털 휴머니티즈 사업의 제안 배경에 대해, 󰡒문화콘텐츠산업은 인문사회의 창의성과 상상력이 축적된 지식에 바탕󰡓을 두기 때문에 󰡒디지털화를 통해 인문사회분야 학술연구성과를 교육?문화산업에 활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문화적, 경제적 효과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11



4. 디지털 인문학의 '한국적(?)' 전개


  디지털 인문학 진흥에 관한 정부 정책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중에도 한국의 인문학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디지털 인문학(Digital Humanities)'이라는 새로운 연구방법 미국과 유럽에서 탐구되고 있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어 갔고, 그 연장선상에서 한국의 인문학계가 보다 적극적  디지털 인문학에 다가가야 한다는 논의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4.1. '문화콘텐츠학'의 산업적 편향성에 대한 반성


  10여년 전 한국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하여 발전해 온 '문화콘텐츠학'이  '디지털 인문학'의 도입을 통해 새롭게 변모해야 한다는 주장도 그러한 논의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다. 2000년 이후 약 10여년간 한국 인문학의 새로운 방향 모색으로 기대를 모았던 '문화콘텐츠학'이 지나친 산업 지향성으로 인문학에서 유리되어 온 것을 반성하고, 그 대안으로서 '디지털 인문학'의 본격적인 탐구를 제안한 것이다.


󰡒문화콘텐츠학은 2000년대에 큰 인기를 누렸지만 현재에는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다. 그 이유는 문화콘텐츠학에 필요한 통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있으며, 문화콘텐츠학의 지향점이 불명확하고, 문화콘텐츠를 상업적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문화콘텐츠학 자체도 상업적으로 흘러 버렸기 때문이다. ..... 인문학의 관점에서 디지털 기술의 장점을 어떻게 도입할 지를 고민해야 하며, 인문학의 결과물을 대중과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한동현 2013)


󰡒한국의 경우, 비록 디지털인문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그와 유사한 시도들은 일찍부터 있어 왔다. …. 한국에서는 이러한 모든 시도들이 기본적으로 문화콘텐츠 혹은 디지털문화콘텐츠라는 범주에서 추구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시도들이 지나치게 성급하게 산업적 활용을 염두에 두었다는 점에서, 실제로는 인문학과 디지털기술이 유리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이다.󰡓 (김현 2014)


4.2. 인문콘텐츠학회의 '2014 디지털 인문학 포럼'


  인문학 지식의 문화산업적 활용을 모색하는 학술 단체인 인문콘텐츠학회는 디지털 인문학의 수용을 위한 선도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학회는 2014년 7월과 8월에 두 차례에 걸쳐 '디지털 인문학 포럼'을 개최하였는데, 이 자리에서 한국의 범인문학계(순수인문학 + 응용인문학[인문학 기반의 문화콘텐츠학])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인문학의 개념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시작하여, 미국, 일본, 대만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디지털 인문학 연구 활동 소개, 미국, 프랑스 인문학자들의 '디지털 인문학 선언'(Digital Humanities Menifesto)에 담긴 의미 분석, 2014년 스위스 로잔에서 개최된 '세계 인문학 대회'(DH2014, Digital Humanities 2014) 발표 논문의 성격, 한국의 학교 교육에서 디지털 인문학이 기여해야 할 과제, 문화콘텐츠학과 디지털 인문학의 관련성 등의 주제에 관한 담론의 장을 열었다.

  이 포럼에서 전개된 다양한 논의 가운데 가장 열띤 토론을 야기한 물음은 '디지털 인문학이 인문학의 과제인가, 문화콘텐츠학의 과제인가'라는 물음이었다. 이는 물론 '인문학'과 '문화콘텐츠학'의 관심 영역을  어디까지로 보느냐 하는 물음으로 환원될 수 있는 원론적인 문제제기이며 그 답안을 확정할 수 없는 것이겠지만, 한국의 인문학자들 사이에서 이러한 논쟁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디지털 인문학의 한국적 지반이 무엇이며,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가 무엇인지, 나아가 디지털 인문학을 매개로 순수인문학과 문화콘텐츠학이 보다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4.3. 한국연구재단의 '인문학대중화사업'


  인문콘텐츠학회의 '2014 디지털 인문학 포럼'에서 제기된 다양한 논의의 많은 부분이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인문학대중화사업' 기획에 반영되었다.

  한국연구재단은 학술연구단체(대학, 연구소 등)와 개인 연구자들에게 학술연구 프로젝트의 수행에 필요한 연구비를 지원하는 기구로서, 미국의 NSF, NEH 등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다. 2014년 한국연구재단은 인문학계의 학술적 연구성과가 한국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실제적인 활용 가치를 갖게 하는 응용연구 또는 이를 위한 기반 조성 연구 지원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다.12 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인문학대중화사업' 프로그램 안에는 디지털 인문학의 한국적 모델을 마련하기 위한 두 가지 연구사업이 포함되었다. 그 첫번째는 '인문 융합 큐레이터 육성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사업' 이며 다른 하나는 '디지털 인문학 사업'이다. 2014년 10월에 공고된 사업 요강에서는 두 과제의 성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인문융합 큐레이터 육성 교육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사업

 

- 본 사업은  디지털 환경에서 인문지식을 확산하여 창조경제에 기여하기 위한 전문인력(인문융합 큐레이터)을 육성하기 위한 디지털 인문학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국책 사업임

- 교육대상 : 디지털인문학 데이터를 다루는 인문학도 및 인문학자

- 본 사업은 다음 두 가지 사항이 반영되어야 함

  ① 디지털인문학 전문인력 양성의 전체 구상

  ② 교육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방안

- 교육프로그램 운영은 최소 총 6개 과목 이상, 총 60시간 이상, 총 10명 이상 교육되어야 함. 아울러 교육 후 피교육자를 대상으로 한 지속교육 시스템이 구축되어 운영되어야 함

- 관련자료, 교육교재 등은 과제 종료 시 온라인 공개 예정임

- 이 사업과 유사한 미국 디지털인문학 교육사례(붙임3)를 참조하여, 한국적 현실에 맞는 사업안 제시가 필요  (한국연구재단 2014b)


 

디지털 인문학 사업

 

- 본 사업은 전통적인 인문학 연구를 바탕으로 새롭게 인문학의 확장을 모색하는 것으로, 기존 타부처 융합연구와는 차별되게 인문학자가 중심이 되어 추진되는 선도 연구임

- 인문학 관련 디지털 콘텐츠 구축사업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총칭하여 '디지털인문학(Digital Humanities)'이라 명명되고 있음

     ※ NEH(미국) 󰡒Digital Humanities Project󰡓

     ※ NEH(미국) - DFG(독일) 󰡒Bilateral Digital Humanities Programme󰡓

- 한국의 경우 문화콘텐츠 분야가 대두되면서 이와 유사한 디지털콘텐츠 구축사업이 시행된 바 있음. 그러나 지나치게 기술 위주였다는 점과 성급하게 산업화 활용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실제로는 인문학 성과가 체계적으로 반영되어 개발되지 못한 한계점이 있었음

 

- 2014년의 경우, 무엇보다 개발대상 인문학 소재의 맥락화․구조화에 입각한 체계적인 디지털콘텐츠 개발을 모색함으로써, 향후 이 사업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

   * 단순히 매체전환(아날로그→디지털)에 머무는 디지털화가 아니라, 풍요로운 인문지식의 맥락화․구조화를 고려한 체계적 개발이 이루어져야 함

   * 공공기관이나 공공 재원의 지원에 의해 산출된 기존의 인문학 분야 공공 데이터, 또는 이미 수행된 한국연구재단의 다양한 디지털콘텐츠 개발 성과를 본 사업의 의도에 맞게 재가공, 증보하여 활용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도록 함  (한국연구재단 2014c)


  연구재단은 이 사업의 수행 주체로 2014년 12월 4 개의 연구 팀을 선정하여 1개의 디지털인문학 인력 교육 과제와 4개의 디지털 인문학 연구 개발 과제에 대한 지원을 시작하였다. 이어서, 2015년 9월에는 2차년도 과제로 2개의 교육 과제와 5개의 연구 개발 과제를 지원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 연구재단 2014, 2015 디지털 인문학 교육 및 연구 프로젝트

사업명

프로젝트명

연구

책임자

기관

사업비

(천원)

2014

인문학국책사업

디지털인문학 큐레이팅 교육프로그램 모듈개발 및 운영

박정원

경희대

80,000

2014

디지털인문학사업

 

조선시대 표류노드 시각망

허경진

연세대

50,000

사회적 관계망 이론을 활용한 한국 족보의 시각화 콘텐츠 개발

남윤재

경희대

50,000

『만성대동보(萬姓大同譜)』 자료에 기반한 조선시대 「친족관계망 정보 시스템(LNIS) 개발

하영휘

성균관대

50,000

2015 인문학국책사업

인문융합   큐레이터 심화모듈 개발 및 후속세대 양성 프로그램 운영

박정원

경희대

50,000 

인문융합형   디지털 사전 편찬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

도원영

고려대

50,000 

2015

디지털인문학사업

문학지리정보를   에디팅 한 <디지털인문학

한강> 플랫폼  구축

임수경

단국대

47,300 

인문학적   통일 패러다임의 DMZ 디지털

스토리텔링 : 생명ㆍ평화ㆍ치유로서의 DMZ

박영균

건국대

50,000 

한국 근대가곡을   통한 한국 근대음악문화사의 시청각적 스토리텔링

신혜승

이화여대

50,000 

인포그래픽   요소를 활용한 문학작품 세계의 시각화 : 알베르 카뮈의 디지털문학관 구축 사례

조병준

인하대

50,000 



4.4. 한국디지털인문학협의회 발족


본 연구 사업의 기획자였던 인문콘텐츠학회는  2015년 5월에  2015 디지털 인문학 포럼을개최하여 디지털 인문학 연구 프로젝트의 진행에 관한 정보를 관련 분야 연구자들이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아울러 이곳에서의 논의를 바탕으로 보다 발전전인 디지털 인문학 교육 및 연구 모델을 강구하는 노력을 범인문학계(문화콘텐츠학+순수인문학) 차원에서 추진하기로 하였으며,  이를 위해 한국의 디지털 인문학 관련 연구자들이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고, 나아가 이 분야 연구의 국제적 교류의 창구를 담당할 수 있는 조직을 결성하였다. ‘한국디지털인문학협의회’(Korean Association of  Ditital Humanities)라는 이름으로 발족한 이 기구는 설립 목적 및 향후 활동 방향을 다음과 같이 천명하였다.


 

한국 디지털 인문학 협의회 창립 발기문

 

한국에서 인문학 지식의 탐구 및 그것의 사회적․문화산업적 응용 연구에 종사하는 우리는 오늘날의 디지털 환경이 인문 지식의 생산, 전파, 활용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한다. 우리는 󰡐디지털 인문학(Digital Humanities)󰡑이 순수인문학과 응용인문학의 모든 영역에서 일어나는 보편적 전회(轉回)이며, 또 하나의 분과 학문이 아니라 과거 수많은 갈래로 나뉘었던 세부 영역들이 서로 소통함으로써 지식의 융합을 통한 인문학의 확장을 가져오는 새로운 구도임을 인지한다. 이에 우리는 󰡐디지털 인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인문학의 혁신을 추구하는 범지구적 노력에 동참하는 데 뜻을 모으고 그에 적합한 실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1. 한국 디지털 인문학 협의회는 디지털 인문학의 연구와 교육을 통하여 국내적으로는 인문융성의 기반을 확립하는 데 기여하고, 국제적으로는 우리의 고유한 학술적 경험과 성과를 토대로 세계 디지털 인문학계에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함을 목적으로 한다.

2. 한국 디지털 인문학 협의회는 디지털 인문학의 연구와 교육, 디지털적인 방법에 의한 다학문 연계 및 학술과 문화산업의 소통 등에 관심이 있는 모든 기관과 단체, 개인이 참여할 수 있다.

3. 한국 디지털 인문학 협의회는 디지털 인문학의 연구와 교육, 활용에 관한 경험과 성과를 서로에게 알리고 피드백을 얻게 함으로써 디지털 인문학의 발전에 기여한다.

4. 한국 디지털 인문학 협의회는 범인문학계의 연구자 및 예비연구자를 대상으로 디지털 인문학적 연구 방법과 이에 필요한 기술적 역량을 전파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5. 한국 디지털 인문학 협의회는 디지털 인문학의 선도적인 경험을 토대로 정부 부처 및 학술진흥기관의 디지털 인문학 육성 정책에 대해 자문하고 건전한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한국 디지털 인문학 진흥에 기여한다.

6. 한국 디지털 인문학 협의회는 디지털 인문학 연구 단체의 국제적인 네트워크에 참여함으로써 한국의 디지털 인문학이 세계 디지털 인문학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담당한다.

 

한국의 인문학계는 우리나라의 유구한 지식문화의 전통 위에서 순수인문학의 성과를 쌓아오는 한편, 2,000년부터 인문학의 산업적 활용을 모색하며 문화콘텐츠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왔다. 디지털인문학이 전통적인 순수인문학과 응용인문학으로서의 문화콘텐츠학 양자의 소통과 상생에 기여할 것을 희망하면서, 공동의 노력으로 위와 같은 임무를 수행하고자 󰡐한국 디지털 인문학 협의회(Korean Association for Digital Humanities)󰡑의 창립을 발기한다.

 

2015년 5월 30일



5. 한국적 디지털 인문학의 미래상


  '디지털 인문학'은 '디지털 환경'에서 수행하는 '인문학 연구'이다. 이 이 새로운 인문학 연구는 그것이 더 이상 '연구를 위한 연구', '학문을 위한 학문'에 머물지 않고자 하는 노력이기도 하다. 인문학 연구를 통해 전문 학자들의 관심사인 '학술적 연구 목적'을 이루는 것 외에, 다음 세상을 이끌어갈 청소년들에게 디지털 세계에서 자신을 표현하고 세계와 소통할 수 있게 하는 디지털 문식(Digital Literacy)의 교육도, 인문학적 지식을 학자가 아닌 일반인들도 일상적인 삶에서 지적인 즐길거리로 향유할 수 있게 하는 문화산업적 활용도 디지털 인문학의 중요한 임무이다.

  외국인이지만 한국 역사 연구에 평생을 바친 와그너 교수의 문과 프로젝트, 조선왕조실록이라는 거대한 역사기록을 학술 연구뿐 아니라 문화산업의 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한 조선왕조실록 CD-ROM은 세계 어느나라의 경우와 비교해도 선구적이라고 할 수 있는 '디지털 인문학'의 시발이었고, 국가적 총력으로 만들어진 다종의 고전 문헌 자료 디지털 데이터베이스는 한국의 인문학이 디지털 인문학으로 도약할 수 있게 하는 지반이 되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한국의 디지털 인문학은 '문화콘텐츠학의 추구'라는, 다소 길었지만 유의미한 우회의 길을 거쳐 보다 명확한 공익적 목표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과거의 유산과 경험 속에서 미래의 한국 인문학을 더욱 건실하게 할 수 있는 방향성을 찾아내고 그 가치를 구체적인 성과로 구현하는 것이 현대 한국의 디지털 인문학자들에게 주어진 과제일 것이다.

  인터넷, 모바일, IPTV 등 오늘날의 정보기술이 만들어낸 정보 통신 플랫폼은 지식이 곧 문화가 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있다. 학술과 창작, 전문성과 대중성,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 향유가 가능해진 것이다. 놀이와 학습을 구분할 필요없이 그것들이 한 데 어우러진 복합적인 현상이 지식 정보화 시대인 오늘날의 '문화'이다. (김현 2010, 김현 2012: 765)

  한국적 디지털 인문학의 미래에 대해 우리가 갖는 비전은 그것이 인문학과 문화산업의 사이에서 부가가치의 선순환을 일으키는 펌프 역할을 하리라는 것이다. 기초적인 인문학 연구의 산물을 지식 콘텐츠로 조직화하고 이를 통해  문화산업적 콘텐츠의 생산을 돕는 것, 그렇게 해서 인문지식의 사회적 수요를 제고하고 인문학 연구가 더욱 활성화 되도록 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2000년대 초부터 오늘날까지 10여년의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문화콘텐츠'라고 하는 화두를 안고 인문지식 연구와 인문교육, 그리고 문화산업의 상생의 길을 모색해 온 한국의 응용인문학 연구자들에게는 '디지털 인문학'이 그와 같은 목표지향적 연구의 지평을 넓혀 줄 해법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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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인문정보학 교수

2 에드워드 와그너(Edward Wagner, 1924-2001): 한국의 광복 직후(1946-1948) 한국에 주둔한 미군 군속으로 근무하면서 한국 사회를 체험하였고, 1949년 미국으로 돌아가 하버드 대학에서 수학하면서 한국의 조선시대사를 자신의 전공 영역으로 삼았다. 그의 여러 가지 연구 업적 중에서도 이기백의 『한국사신론』을 영문으로 번역한 A New History of Korea (1984)는 영어권 한국학 연구자들과 학생들에게 한국역사의 기본적인 참고서로 읽히고 있다. (Faculty of Arts and Sciences - Memorial Minute, Harvard Gazette, March 22, 2007.)

3 이웅근(李雄根, 1930~2008): 서울 출생. 서울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국무총리 비서관, 한국공기업학회 회장, 국제종합기계 회장, 서울시스템 사장, 조선왕조실록 CD롬 간행위원회 위원, 동방미디어 회장 역임. 「화관문화훈장」, 「은관문화훈장」 수훈.

4 「e-조선왕조실록」, sillok.history.go.kr, 국사편찬위원회

5 남궁석(南宮晳, 1938 ~ ): 고려대 졸업. 삼성전자 기획조정실장, 현대전자 부사장, 한국통신 하이텔 사장, 삼성전자 정보통신 총괄 사장, 삼성 SDS대표이사, 1998~2000년 제 5대 정보통신부 장관,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역임. 1991년 한국통신 하이텔 사장으로 재직 시 한국 최초의 PC통신인 '하이텔'(Hitel)을, 1996년에는 '삼성 유니텔'(Unitel)을 개통하였고,  정보통신부 장관 재임 시 '공공정보화근로사업' 및 '지식정보자원관리사업'을 추진함으로써 한국의 '디지털 정보화 시대'를 견인하였다.

6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지식자원관리사업소개」, 2006. 5; 『전자신문』2008. 5. 16.

7 「국가지식포털」, www.knowledge.go.kr, 한국정보화진흥원

8 「국가지식포털」, www.knowledge.go.kr, 한국정보화진흥원

9 한국의 문화콘텐츠 과련 학과 설립 추이에 관해서는 (신광철 2014) 참조.

10 NEH의 디지털 인문학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김현 2014) 참조.

11 '2030 인문사회 학술진흥 장기 비전'이 제안한 '디지털 휴머니티즈' 사업 계획은 실행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였다. 2013년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함께 교육과학기술부가 교육부와 과학기술부 2개의 부처로 나뉘면서 융합적인 성격의 연구 지원에 혼선이 빚어진 것이 한 이유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이때까지만 해도 '디지털 휴머니티스'에 관련 학계의 관심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문학계는 예전부터 해 온 연구 방식에 집착하는 보수성 때문에, 그리고 문화콘텐츠학계는 인문학보다 문화산업에 치우친 편향성 때문에 인문지식의 기초적인 응용 환경을 조성하는 이 분야에는 무관심했다. (김현 2013)

12 이 기획의 실무는 인문콘텐츠학회 소속원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수행하였으며, 그 기획 내용은 「디지털시대 인문학 성과의 산업화 방안 연구」(한국연구재단 2014a)로 출간되었다.